네이버의 웹 접근성은 이슈가 된 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예전에 비해서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아까운 시간을 들여서 네이버를 비난하는 글을 쓰게 된 것은 조금 다른 이유에서다. 내가 1년간 겪은 이 사건은 네이버가 웹 접근성과 Windows, Internet Explorer 이외의 운영체제와 웹 브라우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MacBook에 Mac OS X을 사용하고 있으며 웹 브라우저는 당연히 Safari다. 평소에 동네별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서 네이버의 날씨를 자주 애용한다. 기상청에서도 동네별 날씨를 제공하긴 하지만 네이버가 보다 실용적인 날씨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날씨는 다음과 같은 버그가 있다. 동네별 날씨에서 동네를 선택할 수 없으므로 이것은 즉각 수정을 요하는 치명적인 버그이다.
나는 대구광역시, 북구, OO동에 살고 있다. 그래서 먼저 광역시/도에서 "대구광역시"를 선택한다.
그런 다음 "북구"를 선택해야 하는데······
위 화면에서 대구광역시의 경우 시/구/군 목록에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중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이 나와야 하는데, 보다시피 아무것도 없어서 선택할 수가 없다. 문제는 사용자가 광역시/도를 선택하면 해당 광역시/도에 소속된 시/구/군의 목록이 동적으로 업데이트 되도록 하는 스크립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3개의 셀렉트 박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내가 사는 동네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을까? 이것도 불가능하다. 지도에서 경북을 선택한 다음 대구를 선택할 수 있을 뿐 그 이상 자세히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는 네이버에서는 내가 사는 동네의 날씨를 확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네이버 신고센터에 다음과 같이 서비스 장애/오류 신고를 했다.
과연 어떤 답변이 돌아왔을까?
"정상적으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과연 확인을 해본 것일까? 질문에 내 컴퓨터 사양이 Mac OS X, Safari라고 써 둔것을 미쳐 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다시 신고해서 이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현재 보완하고자 계획 중······" 예상하던 대답이었다. 그러나 버그라는 것은 치명적인 것은 즉각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사소한 것은 네이버처럼 고치는 시늉만 해도 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사소한 버그인가? 지역을 선택하는 3개의 셀렉트 박스의 기능은 참으로 사소한 기능이며, 수정하는 것도 JavaScript를 배운지 얼마 안된 초보자에게도 1시간도 안 걸리는 일거리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기능에 버그가 있어서 중요한 기능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버그이다.
만약 이것이 Windows, Internet Explorer에서 작동하지 않는 버그라면 네이버는 아마 즉각 수정작업에 돌입했을 것이다. 네이버의 이런 안이한 태도의 밑바닥에는 Mac OS X, Safari 사용자가 매우 적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네이버의 지역을 선택하는 3개의 셀렉트 박스의 스크립트는 이 곳 이글루스의 게시물 편집기능이나 YouTube, Gmail, Google 캘린더/메모/문서도구 등에서 사용되는 스크립트에 비하면 비교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간단한 스크립트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배짱 좋은 답변을 하는 것이다. YouTube, Gmail, Google의 각종 서비스는 복잡한 클라이언트 측 스크립트가 최초 개발 당시부터 웹 브라우저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를 이야기하며 신고를 반복한 결과 2008년에 마지막으로 네이버로부터 받은 답변은 다음과 같다. 2008년 8월 8일의 답변이다.
"내년 상반기 개편때······"라고 했다. "현재 보완하고자 계획 중······"보다 엄청나게 발전된 답변이다.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Windows, Internet Explorer였으면 반복해서 설득할 필요도 없이 즉각 수정되었을 것이라는 씁쓸함이 남지만, 완전히 무시 당한것도 아니고 분명히 "반영될 예정"이라고 했으므로 기다려 보기로 했다.
5달이 지나 해가 바뀌고 드디어 네이버가 개편이 되었다. 가장 먼저 날씨를 확인해 봤으나 실망이었다. 그러나 "상반기"라고 했으니 더 기다리기로 했다. 1월이 가고, 2월이 가고, 3월이 왔다. 상반기라면 6월까지지만 확인차 한번 더 신고를 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좀처럼 답변이 오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8일이나 지나서 답변이 왔다.
"7월 말 날씨 개편 시에······" 화가 날 지경이다. 사소한 클라이언트 측 스크립트 버그 하나 수정하는데 1년이나 시간이 필요한가? 물론 기능상 보완해야 할 사항이라면 개편과 함께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내가 신고한 것은 "버그"였다.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드는 "보완"이 아니다. 그 사소한 버그 때문에 나는 중요한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나는 이용에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 이용하지도 못했는데 무슨 불편을 느낄 수가 있겠는가?
네이버는 전체적으로 그나마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대한민국의 인터넷에서는 Windows, Internet Explorer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장애인이다. 인터넷 뱅킹도 할 수 없고, 관공서에서 각종 증명서를 발급 받거나, 그 흔한 진정조차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웹 사이트는 20세기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20세기 이전에는 건축에 표준이라는 것이 없었다. 건축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한 21세기인 지금도 20세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을 수리하려면 막대한 수리비가 든다. 각종 자제를 특별 주문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웹 사이트는 Microsoft가 특별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알아서 Microsoft 제품에만 맞게 특별 주문 제작해버렸다.
그 후 나는 네이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간단한 버그 수정을 1년이나 시간을 끌면서 하지 않는 네이버는 이제 안녕이다. 나는 공부와 업무를 위해서 Mac OS X이 꼭 필요해서 MacBook을 비싼 돈을 들여서 구입했고 Mac OS X, iWork, Office 2008 for Mac 등의 소프트웨어는 모두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인터넷 뱅킹과 관공서 웹 사이트만을 위해서 Windows를 따로 구입할 만큼 부자는 아니다.
불법복제 사용자가 많은 Windows지만 내가 MacBook에 Boot Camp로 설치한 Windows XP는 다행히 예전에 구입해둔 정품이다. 인터넷 뱅킹이나 관공서 웹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Windows로 부팅할 때마다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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